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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憺談한 전시리뷰] SUKJUN 개인전 〈MY FLOW〉

MY FLOW, 단정하지만 야생적인


SUKJUN 개인전 <MY FLOW>

아트랩와산, 2021. 05. 01 - 06. 06


글. 이주희 (아트랩와산)

사진. SUKJUN 작가 제공


SUKJUN <MY FLOW #6469>

61X173cm, 2017



SUKJUN의 색은 검다. 화면에는 안과 밖에서 홀로 또는 누군가와 함께 모아온 검은 것들이 자리하거나 바깥으로 뻗어나간다. 이 검은 것들은 사람이거나 식물이거나 아무것도 아니거나 하는 게 이것저것 나타나는데 작가의 시간을 보여준다기 보단 작가가 만들어온 시간들의 부분 부분을 보여주는 것 같다. 작가는 자신의 시간 중에서도 표현하고 남길만하다고 여기며 오래 도록 골라왔던 말들을 이번 전시 〈MY FLOW〉로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세상 곳곳의 곱씹어 볼만한 말들을 상징적인 표현으로 담아왔던 것이다. 흑과 백으로 날카로움과 메마름을 오가는 피사체들은 단정하지만 야생적이라는 모순을 지닌다. 또한 피사체는 화면 내에서 고요히 자리 하면서도 곳곳에서 날카로움을 보이고 있기에 전반적으로 SUKJUN 작가의 화면은 ‘흑백의 가 시 돋친 화면’으로 보일 것이다.


그리고, 조금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고유한 예민함이 있었을 것이 고 예민한 하루와 그것들이 이어지는 현재, 그리고 가시 돋친 시대 속에서 자신의 말을 고르 기 위한 시간들을 지나왔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어쩌면 돌출된 모든 것들에 대한 다소간의 연 민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아니라면 연민의 대상을 고르고 고르다 자신에게로 향하는 손가락을 보았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그렇게 “‘감각’ 곧 자신이 영향을 받는 방식”(Jung, C. G) 에 대한 포착을 거쳐 자신을 잡아 이끄는 본질적인 상징물들을 모아온 것 같다. 어떤 작업이 라는 것이 상징에 이르지 못한 파편들까지를 모아서 어떤 의미와 소리를 형성시키는 것이라고 했을 때 SUKJUN은 찔리고 아파서 새어나가는 감정들 까지를 끌어 모아 스스로를 이해시킬만 한 색을 드러내고 있다.



SUKJUN <MY FLOW #4976>

61X132cm, 2017



SUKJUN <MY FLOW #2896>

61X132cm, 2020




그러한 작가의 제1매체는 사진이다. 순간적이지만 순간을 위한 겹겹의 시간과 개인의 예민 함이 선택한 작은 지점들에 의해 달라지는 것이 사진이라면 그는 자신과 가장 닮아있는 매체 를 선택했다. SUKJUN의 사진에선 날카로움과 예리함을 발견할 수 있지만 그것이 사진 전반 의 긴장감을 형성하거나 포착하는 자의 지배력을 드러내진 않는다. 이미 죄다 드러나 있는 날 카로움은 정말로 날카로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의 화면은 포착하는 자와 피사체 둘, 혹은 다수의 존재들이 ‘잘’ 만나고 난 이후의 후일담처럼 그것은 그것대로, 이것은 이것대 로 ‘잘’ 있는 모습을 보인다. 적극적인 조화가 아니더라도 만남 이후의 생성되는 다분히 서사 적이고 단정한 화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SUKJUN작가는 이번 전시 〈MY FLOW〉에서 사진과 함께 다수의 감각으로 공감각을 표현했 다. 전시공간인 ‘아트랩와산 405호’의 거친 흙바닥과 콘트리트 벽, 거기에 전시장을 감고 있는 검은 칠은 과거 한 작가에 의해 시도되어 이후 다른 작가가 자신의 조형을 실험한 바 있으며, 이번 전시에 이르러 SUKJUN에 의해 새로운 분위기로 거듭났다. 전시에는 13점의 사진과 함 께 디제잉부스, 알약, 작업등, 원뿔버튼, 가시나무, 꽃병 등 다수의 오브제가 비교적 적극적인 날카로움과 거친 감각을 드러낸다. 거기에 전시공간을 채우는 작가의 셋리스트와 향이 더해져 공간에 성격을 더한다. 이러한 종합적인 상황은 관람객에게 제주라는 환경과 함께 이색적인 색감으로 둘러싸인 전시장 주변 상황과는 또다른 이질적인 공간감을 선사한다. 관람객은 전시 장에 발을 들여놓음과 함께 거친 지면부터 시작되는 촉각, 음악과 향으로부터 유발되는 청각, 후각 그리고 시각적 효과까지를 경험하게 된다.





SUKJUN 개인전 <MY FLOW> 전시 전경



이러한 상황을 한발자국 떨어져 바라보면 작품을 비롯한 연출 공간은 또한 그것대로 어울리며 안정감을 보인다. 어울림 역시 예술가와 표현대상이 가지는 관계의 한 지점이라 상정한다 면 작가의 작업과 제주의 거친 공간은 고유한 안정감을 근저로 특정한 관계를 형성해 낸 것으 로 보인다. 앞서 SUKJUN의 작업이 다분히 서사적이고 단정하다 언급한 것도 앞선 이들의 공 간을 이어가면서도 자신의 어조를 흔들리지 않게 담담히 서술해내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의 방법이 상징으로 인한 서사이기에 읽어내는 이에 따라 다소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이다. 하나가 움직이는 가운데 무언가 낳고 무언가 이루어지며 드러나는 것이 결(장자, 天地 中) 일 텐데 SUKJUN은 자신이 만들어온 결에 음악적인 운율을 더해 현재 자신의 어조 ‘FLOW’를 표현하고 있다.


작품 설치를 위해 준비하는 SUKJUN 작가의 모습



이러한 SUKJUN의 ‘MY FLOW’는 개인에서 출발한 언어이자 가장 최근의 언어이기에 감각 의 단서 역시 개인이라는 주체와 최근이라는 시공간에서 찾는 게 무엇보다 나을 것이다. 관람 객 역시 자신이라는 개인과 자신의 최근이라는 시공간을 바탕으로 작가의 작품을 바라본다면 “자신의 어떤 상태적 경험으로 이해할 수 있는(Jung, C. G)” 감각이 형성될지도 모를 일이다. 설 령 그것이 이해에 닿지 못하고 낯선 것으로 남는다면 그것을 낯선 감각이라 이해하면 그만이 다. SUKJUN은 이렇게 가늠할 수 없는 감각의 시공간을 넘나들면서도 동질감 있는 언어로 세 상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뷰파인더 너머로 과거의 가시 돋친 나와 가시 돋 친 세상이 함께 작용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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