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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憺談한 전시리뷰] 김리하 초대전 〈공사모와 쫄쫄이〉

‘움츠러든 선’에서 ‘희망선’으로


김리하 초대전 〈공사모와 쫄쫄이〉

아트랩와산, 2021.05.01. - 06.06. 글. 이주희(아트랩와산 디렉터)

사진. 김리하 작가 제공



리하 작가의 화면에는 여성이 등장한다. 인체를 형성하는 선과 선을 떠받치는 골격에서 그리고 그것을 감싸는 의복과 그녀들을 둘러싼 몇 가지 상징들에 의해 작가가 인간을 나타내려 했음을, 그중에서도 여성을 나타내려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여성들의 모습과 성격을 구체화 하는 것은 또렷한 세필의 선들이다. 작가가 ‘동글뱅이선’ 또는 ‘움츠러든 선’이라고 이야기 하는 선들은 전반적으로 바깥으로 뻗어나가기 보다는 내부로 돌아오는 듯한 동세를 취한다. 시작과 끝을 가늠하기 힘든 선들이 이곳저곳에서 얽히고 풀림을 반복하며 면을 형성하고 그렇기에 또렷하지만 느리고 종종 숨 막히는 높은 밀도의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화면 속 어딘가에서 얽히고 전복되어 사라지는 것이 아닌 가늘고 가늘게 이어지는 호흡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로써 형성된 면 안에 함께 등장하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리하 작가의 이야기와 분위기를 형성한다.


작가의 〈자화상〉(2016)시리즈와 더불어 〈심장〉, 〈입〉, 〈여인의 두상〉으로 이어지던 2017년까지의 작품들은 한 개인이거나 여성의 특정한 상태를 나타냈다. 그들은 파편화되고 기괴하게 조합된 신체를 가지고 있었으며 길을 잃은 눈빛과 낯선 색으로 물들인 입술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은 당시 이어지던 작가의 주된 정서와 더불어 그가 만난 다양한 여성들의 모습이 반영된 것이었는데, 작가가 느끼기에 그들은 “때로는 이기적이고 나빴으며 때로는 슬프고 마음을 아프게”(작가노트 中)했다고 한다. 리하 작가는 이렇게 다양한 여성의 내면과 상황을 들여다보며 그것에 자신의 감정을 담은 선으로 조형을 시도했다. 때문에 당시의 화면들은 그것을 목격하는 이들에게도 단번에 밝거나 유쾌한 인상보다는 조형의 이면에 숨겨진 인상과 밝거나 혹은 어두운 인간의 명암을 떠올리게 했다.





이번전시 〈공사모와 쫄쫄이〉에서는 앞서 서술한 여성들이 ‘쫄쫄이’들과 함께 등장했다. ‘쫄쫄이’는 지속적으로 작가의 화면에 등장하는 상징이자 캐릭터인데 묘사된 인체의 곡선에서 여성임을 유추해볼 수 있으며 공사모를 쓴 그들이 화면 내 이곳저곳의 일들에 관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번전시의 출품작 〈공사 중입니다〉(2021)에서는 화면 중앙의 공사모를 쓴 여성과 함께 레미콘과 포크레인을 조작하고 공사현장에 필요한 노동을 하는 쫄쫄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작가는 최근 들어 더욱 다양화된 여성의 능력(ability)과 힘(Power)을 화면 속에서 등장시키기 시작했다. 이러한 모습들은 독서를 하고 차를 마시고 태닝을 하며 쇼핑과 화장을 즐기는 일상적인 모습과 대비를 일으키다가도 한 인간의 확장된 능력과 모습으로 이해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공사 중입니다〉의 화면 속 공사모를 쓴 여성 역시 푸른빛의 투명한 눈동자와 가늘지만 풍성한 속눈썹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잘 정돈된 고운 눈썹과 피부로 인간이 가진 아름다움의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와 함께 화면 속에서 보이는 샴페인을 나르는 트럭과 알 수 없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 쫄쫄이들의 모습은 일률적으로 파악되고 이해되는 인간의 모습이 아닌 과거의 전형과는 다른 여러 삶의 모습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시간 동안 여성과 여성의 모습은 거대 서사였으며 거부 혹은 도전하기 힘든 영역이기도 했다. 리하 작가가 이어가는 선은 이러한 거대 서사에 부합하지 않는 이들을 골라내고 외면하는 ‘인간 공사’ 속에 이어지는 ‘희망선’ 긋기 일지도 모른다. 또한 작가가 화면에서 등장하는 여성들 역시 희망선의 연장에 존재하는 한 인간으로서 새로운 관계와 바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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